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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우리가 외국어를 못하는 이유

바로 단어를 모르기 때문이다.

하나의 언어를 완벽하게 정복하려면 15,000~20,000 개 정도의 단어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자. 나는 단어를 몇 개나 알고 있을까?

수능이나 토익 시험을 보기 위해서라면 5,000 개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 왜냐하면 30%의 빈출단어가 실제 텍스트에 표기되는 단어의 9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10%는 문맥으로 유추할 수도 있고, 애초에 난이도 조절을 위해 너무 어려운 단어는 시험에는 출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부를 좀 한다고 하는 사람이라도 5,000 개만 외우고 멈춘다. 그리고는 단어 공부는 이제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상술한 바와 같이, 재미도 없고, 10%의 모르는 단어를 알기 위해 지금까지 공부한 단어의 2~3 배를 더 공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잘 생각해 보면, 결국 그 10%의 모르는 단어가 모든 것의 발목을 잡는다.

Reading

단어를 알고 있었다면 0.1초 만에 해결될 문제가 그 단어의 의미를 앞뒤 문맥으로 유추하기 위해 두뇌를 풀가동해야 하는 암호 해독 문제가 되어버린다. 게다가 그렇게 어려운 단어라면 보통 그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Listening

더 문제다. 암호 해독할 시간이 없다. 이미 알고 있는 단어라서 0.1초 만에 이해하고 넘어가지 못한다면 그걸로 끝이다. 못 알아들은 단어에 대해 잠깐이라도 생각하고 있으면, 그동안 다음 문장은 통째로 놓쳐버리게 된다. 다행히 아는 단어만 나와서 잘 들릴 때에도, 모르는 단어가 나올까 봐 걱정되어 자신감도 떨어지고 계속 긴장해 있어야 한다. 단어만 다 알아들으면 뜻을 이해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문맥으로 모르는 단어를 알아내는 것보다, 단어의 조합으로 문맥을 알아내는 게 수백 배 쉽다.

Speaking, Writing

내가 생각하는 개념과 정확히 일치하는 단어를 알고 있다면 그냥 그 단어를 쓰면 된다. 결국 단어를 모르기 때문에 항상 말문이 막히는 것이다. 일단 정확한 단어만 제시한다면 어순, 문법은 좀 틀려도 상대방은 알아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단어를 충분히 외우지 않는(못하는) 이유

  • 지겹다. 단순히 (단어 - 뜻) 표만 보고 외우는 것은 너무나도 지겹다.
  • 너무 많다. 2만 개를 언제 다 외우냐.
  • 어차피 까먹는다. 자주 나오는 단어가 아닐수록, 다시 보게 될 확률도 낮아진다. 그러니 힘들게 외워봤자 어차피 까먹는다.

사실 이건 하나마나 한 소리다.

그래서 해결책을 생각해 봤다. 해결책이 충족시켜줘야 할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전문 용어급, 고급 수준의 단어들(5,000 개를 제외한 나머지 10,000 개)까지 빠짐없이 외울 수 있어야 한다.
  2.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모르는 단어에 계속해서 노출되어야 한다.
  3. 최소 노력으로 최대 효율을 뽑아야 한다. 영어만 너무 오래 하기엔 시간이 없지 않은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전부터 여러 앱들을 깔아서 써 봤지만, 내 기준으로는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Anki는 나도 좋아하고 지금도 잘 쓰고 있는 앱이지만, 단어-뜻 1:1 대응 중심의 학습 구조라는 한계가 있고, Duolingo는 초급 레벨의 학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AI 단어장 서비스 Onigiri 바로가기

1. 텍스트 단어 추출기

텍스트 단어 추출기 예시 1

독해할 때 모르는 단어들에 밑줄 치고, 뜻을 찾아와서 단어장으로 정리해주는 작업을 자동으로 해 주는 게 있으면 편리하겠다 싶어서 만들어 봤다.

텍스트 단어 추출기 예시 2

일본어도 지원된다. 사실 일본어를 먼저 만들었다.

2. 예문 카드

예문 카드 예시

단어 찾은 김에 다른 예문도 같이 보여주게 해 봤다. 원본 텍스트 이외에 다른 맥락에서 쓰인 걸 한번 더 보니까 교차검증(?) 같은 게 되어 기억에 더 잘 남는 것 같았다.

음성, 삽화가 들어가면 더 효과적일 것 같아서 AI로 만들어서 넣어줬다.

AI 삽화 예시

그랬다가 그냥 처음부터 예문만 보여줘도 되지 않나? 싶어서 그렇게 해 봄.
그냥 무작위로 나오는 게 아니라, Anki처럼 학습 진행도에 따라 지능형으로 추천되게 만들었다.

3. 스트리밍 모드

스트리밍 모드 화면

예문도 하나씩 눌러가며 공부하다 보니 그것도 귀찮아서 그냥 자동으로 무한 재생시키게 만들었다.
재생버튼 눌러놓고 그냥 계속 보고 듣기만 하면 된다.

4. 단어별 학습 진행도 관리

학습 진행도 관리 화면

학습 진행도는 저 카드에서 모르겠다/쉽다 중에 누르면 문장을 구성하는 전체 단어들에 대해 알아서 업데이트되고, 이렇게 직접 단어 하나하나 입력할 수도 있다.

단어 입력 화면

나중에 내가 어떤 단어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 할 수도 있다.
데이터는 로그인 안 해도 웹 브라우저에 저장된다. 다만 클라우드에 보관해서 폰에서도 보고 PC에서도 보고 하려면 로그인 하면 된다. 가입 필요 없고 구글 계정으로 가능하다.


Further Work

예문은 일단 20,000 개 정도 만들어 뒀는데, 앞으로 더 다양한 주제에 대해 200,000 개 정도로 늘려서 한번 본 단어는 외울 때까지 여러 번 나와도 한번 본 예문은 다시 안 나오게 하는 게 목표이다. 왜냐하면 같은 예문만 계속 보면 단어를 몰라도 그 예문 자체의 뜻으로 유추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단어 학습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어학 공부를 쉽게 할 수 있을까?" 에 초점을 맞춰 이것저것 더 만들어 볼 생각이다.